그림책 <천 개의 바람 천 개의 첼로>는 1995년 1월 17일에 있었던 고베 대지진이라는 특정한 사실을 모티브로 한 그림책입니다. 이 그림책을 소개하고 고베 대지진 복구 지원 자선 음악회, 감상을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천 개의 바람 천 개의 첼로> 소개
그림책 <천 개의 바람 천 개의 첼로>는 이세 히데코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책으로 한국에서는 천 개의 바람 출판사에서 2012년 6월 한국어판을 발행하였습니다. 이 책을 만든 이세 히데코는 1949년 삿포로에서 태어나 도쿄예술대학을 졸업하고 프랑스에서 공부했습니다. <마키의 그림일기>로 노마아동문예상을 받았고 <나의 를리외르 아저씨>로 고단샤 출판 문화상 그림책상을 수상했습니다. 열세 살 때부터 첼로를 연주한 작가는 실제 고베 대지진 복구 지원 음악회에 참가하여 연주를 했고 그 경험을 모티브로 이 그림책을 만들었습니다. "인간의 모양을 한 악기, 인간의 목소리로 노래하는 악기, 첼로. 첼로를 켜는 사람의 모습은, 사람이 자신의 그림자를 껴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말하는 작가는 '천 명의 첼로 음악회'에 직접 참가해 천 명이 넘는 사람들과 함께 연습하고, 함께 했던 수많은 첼로와 첼리스트를 크로키하며 이 그림책을 만들었습니다. 이 책에는 세 사람이 등장합니다. 너무나 사랑했던 강아지를 잃은 한 소년, 그리고 고베 대지진의 현장에 있었던 소녀와 할아버지입니다. 그 소녀는 당장 사람을 보살피는 것만 해도 힘든 현장 속에서 사랑하는 새들을 어쩔 수 없이 하늘로 날려 보내야 했습니다. 할아버지는 지진으로 평생을 함께한 첼로도, 친구도 잃었습니다. 상실의 아픔을 가진 그들은 대지진 복구 지원 음악회에 참가하고, 함께 연습합니다. 소년에게 대지진은 TV에서 본 일이었을 뿐, 직접 경험하지 못한 일이었기에 직접 경험했던 사람들과 느끼는 감정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소녀와 할아버지를 만나고 음악회를 위해 첼로를 연주하며 소년은 무섭기만 했던 그 광경에 자신의 마음을 담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아픔과 그들의 아픔은 다르지 않았고, 간절한 마음으로 자신의 연주가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그들은 서로를, 그리고 스스로를 위로해 갑니다. 1000여 명의 첼리스트, 1000여 개의 첼로는 모두 각자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지만 마침내 그들의 마음과 노래는 하나가 되어 바람을 타고 흐릅니다.
고베 대지진 복구 지원 자선 음악회
고베 대지진은 1995년 1월 17일 일본 긴키 지방 일대에서 일어난 대지진입니다. 일본 기상청에서 공식적으로 부르는 명칭은 '헤이세이 7년 효고현 남부 지진'이나 언론에서는 '한신-아와지 대진재'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쓴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고베 대지진으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이 지진은 고베뿐만 아니라 오사카와 교토까지도 피해가 번졌으며 규모 7.3, 진도 7의 대지진이자 사망자 6,300여 명, 총 피해액 1,970억 달러로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큰 피해를 입힌 지진 중 하나입니다. 고베 대지진 복구 지원 자선 음악회는 '천 명의 첼로 음악회'는 1995년 고베 대지진의 사망자를 추모하고 피해 복구를 지원하려는 뜻이 모여 열렸습니다. 이 음악회는 1998년 11월 29일 일본 고베 월드 기념홀에서 열렸습니다. 4세 어린이부터 88세 노인까지,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모인 첼리스트 1013명이 1013대의 첼로 만으로 콘서트를 연 것입니다. '천 명의 첼로 음악회' 제1회로 기록된 이 음악회는 당시 단일 악기 최대 규모의 콘서트로 기네스북에도 등재되었습니다. 나이와 지역을 초월해 스스로 모인 1013명의 첼리스트, 그들이 연주했던 1013대의 첼로 소리는 여전히 많은 이들의 가슴에 더없이 큰 감동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었던 재난, 모든 것이 깨지고 부서진 현장에서 서로를 보듬고자 했던 마음들이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기적 같은 음악회로 탄생되었습니다.
감상-서로의 아픔을 위로하는 노래
이 책은 고베 대지진이라는 특정한 사건을 모티브로 했지만, 결국 커다란 상실과 고통 앞에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하는 보편적 가치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주치는 아픔과 고통에 대하여 스스로,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지 생각하게 만듭니다. 상실의 고통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서로에 대한 공감이 아닐까 합니다.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그 아픔을 함께 아파하는 마음이 큰 슬픔을 겪는 사람들에게 작게나마 위안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저는 이 그림책을 읽으면 임형주의 '천 개의 바람이 되어'라는 노래가 떠오릅니다. 이 노래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추모곡으로 작자 미상으로 알려진 영문 추모시 'Do not stand at my grave and weep'에 멜로디를 붙인 곡입니다. 한국에서는 2009년 2월 팝페라테너 임형주가 한국어로 번안하고 부분 개사를 하여 '천 개의 바람이 되어'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미니 앨범 'My Hero'의 마지막 7번 트랙으로 수록하여 국내에서 처음 발표되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 노래를 알게 된 것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추모곡으로 사용되면서입니다. 이 노래를 들으며 함께 가슴 아파하고 눈물 흘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 일도 어느새 9주기를 맞이했습니다. 예술은 상실의 아픔을 겪은 분들에게 해결책을 주지는 못합니다. 삶의 터전이 무너진 분들께 집과 먹을거리를 제공하지도 못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분들에게 그들을 다시 돌려드리지도 못합니다. 하지만 예술은 함께 노래하며 그들의 슬픔과 아픔을 공감하고 보듬어줄 수 있는 마음의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림책 속 대지진을 경험하지 못한 소년처럼 저 또한 직접적으로 그들의 아픔을 경험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아픔과 슬픔은 공감합니다. 직접 겪으신 분들의 아픔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말입니다. 이 그림책이, 이 노래가 서로의 아픔을 위로하듯 저도 바람의 노래에 제 마음을 담아 그들을 위로하고 싶습니다. 함께 아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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