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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상상력, 모리스 샌닥의 그림책<깊은 밤 부엌에서> 소개

by 쭈꼼 2023.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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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부엌에서>표지 이미지 입니다.

그림책 세계의 피카소라고 불리는 모리스 샌닥의 그림책 <깊은 밤 부엌에서>는 유쾌한 상상이 돋보이는 재미있는 그림책입니다. 이 책의 내용과 주인공 이름의 유래와 기획배경, 감상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깊은 밤 부엌에서> 내용

그림책 <깊은 밤 부엌에서>는 모리스 샌닥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습니다. 한국어판은 2001년 4월 출판사 시공 주니어에서 발행하였습니다. 이 책은 <괴물들이 사는 나라>, <저 너머에는>과 함께 어린 시절을 테마로 한 샌닥의 대표적인 3부작 중 하나입니다. 미키는 한 밤중에 들리는 요란한 소리에 잠을 깹니다. 화가 난 미키는 조용히 하라며 큰 소리를 지릅니다. 갑자기 미키는 깜깜한 데로 굴러 떨어져 달을 지나고 잠든 엄마 아빠도 지나서, 환한 부엌 큰 반죽 그릇 아래로 떨어집니다. 그곳에선 빵가게 아저씨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날이 새기 전에 빵을 만들어 손님들 아침 식탁에 올려놓기 위해서입니다. 아저씨들은 미키를 반죽 속에 집어넣고 흥얼거립니다. 맛있는 미키빵을 만들려고 오븐에 넣습니다. 막 김이 오르려고 하고, 빵이 한 참 익어가고 노릇노릇 구워지려는데 미키가 반죽을 뚫고 나와서 난 밀크가 아니라 미키라며 소리칩니다. 미키는 오븐을 빠져나와 빵 반죽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미키는 반죽을 주무르고, 주먹으로 치고, 치대고 잡아 뜯어 마음에 드는 모양이 나올 때까지 반죽합니다. 비행기를 만든 미키는 비행기를 타고 날기 시작하고 빵가게 아저씨들이 빵을 구울 우유가 필요하다고 외칩니다. 미키는 머리에 컵을 쓰고 하늘을 날아 밀키웨이까지 날아갑니다. 우유 속으로 들어간 미키는 아래로 우유를 부어줍니다. 아저씨들은 열심히 빵을 만듭니다. 아침을 알리는 닭울음소리가 들리고 미키는 다시 깨끗한 모습으로 침대로 돌아가 잠이 듭니다. 우리가 아침에 빵을 먹을 수 있는 것은 모두 미키 덕분입니다.   

주인공 이름 '미키'의 유래와 기획배경

모리스 샌닥은 1928년 6월 10일에 태어났습니다. 우연이지만 그 해에 디즈니 영화인 미키마우스가 탄생했습니다. 샌닥은 미키마우스를 사랑했으며 자신의 그림책 주인공을 '미키'로 이름 지은 것도 그에 유래한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홍역, 폐렴, 성홍열을 앓아 몸이 약했던 샌닥은 침대에 누워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보냈습니다. 어린 모리스 샌닥은 창 밖의 사물과 사람을 그림으로 그리고, 책을 읽으며 상상했습니다.  샌닥의 그림책은 이야기에 따라 적절한 그림 형식을 사용합니다. 샌닥 스스로 "칼데콧에게서 유머와 이야기 전달의 테크닉을 배웠고, 디즈니에게는 판타지 세계를 배웠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깊은 밤 부엌에서>는 만화와 대중예술인 팝아트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였습니다. 어린 시절 미키마우스 등의 디즈니 등장인물을 자주 따라 그렸던 모리스 샌닥은 이 책에서 만화처럼 면을 나눕니다. 또 이 그림책을 기획하는데 직접적 계기가 된 것은 한 제빵회사 광고라고 밝혔습니다. '당신이 자는 동안 우리는 빵을 만든다'는 문구가 밤새워 빵을 만드는 뚱뚱한 제빵사들을 등장하게 했다고 합니다. 이 그림책은 뉴욕시를 떠나 코네티컷으로 이사를 하게 된 샌닥이 뉴욕시에 작별인사를 하는 마음으로 작업한 그림책입니다. 주인공 미키가 케이크로 구워지기 전에 반죽에서 나온 것은 그가 죽음과도 같은 절망을 극복한 것을 상징합니다. 

 

 

감상-유쾌한 상상

이 그림책이 나온 1970년대에는 이 책에서 주인공 미키의 모습에 논쟁이 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독자인 아이들은 어른들의 논쟁은 그다지 관심이 없었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책이 자신에게 좋은가, 싫은가였을 것입니다. 이 책을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해석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저는 심리학을 잘 모르기 때문인지 그냥 즐겁게 책을 읽었습니다. 콩통조림과 크림팩등으로 만들어진 건물 사이를 빵반죽으로 만든 비행기를 타고 계량컵을 쓰고 여유로운 표정으로 하늘을 나는 표지부터 유쾌한 상상의 세계로 이끄는 것만 같습니다. 자다 깨서 한 껏 짜증이 난 표정이 살아있고 칸 만화 형식으로 만화처럼 동작을 연속적으로 나타내며 이야기 속으로 들어갑니다. 빵가게 아저씨들의 표정은 어쩐지 광고 전단지나 텔레비전 광고에서 볼 수 있는 웃음이라 어색한데 그 사이 반죽 속에 빠진 미키의 표정은 한껏 불만스러운 표정이라 재미있습니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 꼭 꿈속에서나 벌어질 것 같은 이야기가 발달, 전개, 위기를 거쳐 맛있는 빵이 구워지고 다시 아침 닭소리에 현실로 돌아오는 설정이 재미있습니다. 침대에서 출발하여 다시 침대로 돌아오는 장면은 한껏 상상의 나래를 펼쳐 저 먼 곳까지 뻗어나간 생각을 다시 천천히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아침마다 빵을 먹을 수 있는 건 그래그래, 다 미키 덕분이야'라는 마지막 문장은 꿈꾸었던 상상들이 어쩌면 실제 일어났던 일인지도 모른다는 즐거운 여운을 남기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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